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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명작 레옹 리뷰

by yescch 2025. 6. 27.

레옹
레옹

 

인생에서 만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합니다. 그것이 심지어 킬러일지라도 말입니다. 1994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레옹(Leon: The Professional)>은 바로 그런 ‘예기치 못한 만남’을 다룬 작품입니다. 세상에 내던져진 어린 소녀와 냉혹한 킬러의 동거는 한편으론 비극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가장 인간적인 형태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뤽 베송(Luc Besson) 감독이 연출하고, 장 르노(Jean Reno)와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액션과 정서를 절묘하게 결합한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가 아닌, ‘성장’과 ‘구원’이라는 서사 안에서 감정을 건드리는 이 작품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1. 레옹의 줄거리, 외로운 두 사람의 만남과 동행

 

‘레옹’의 이야기는 뉴욕의 혼잡한 도심 속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레옹은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는 냉혈한 킬러입니다. 그는 감정 표현 없이 철저히 혼자 살며, 유일한 친구는 아기 같은 화분 한 그루뿐입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존재가 등장합니다. 바로 이웃집에 사는 12살 소녀 마틸다(Matilda)입니다.

마틸다는 가정폭력, 마약, 방임 속에서 살아가던 아이로, 유일하게 애정을 품었던 남동생까지 잃은 뒤 모든 것을 잃습니다. 그 비극은 부패한 마약수사국 요원 노먼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의 손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가족이 몰살된 날, 우연히 외출 중이던 마틸다는 유일하게 살아남고, 필사적으로 레옹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서사 구조를 뒤바꾸는 기점입니다. 외로움을 숨긴 소녀와 감정을 봉인한 킬러가 마주하며,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일반적인 보호자와 아동의 관계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감정적으로는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며, 서로를 통해 살아갈 이유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레옹은 마틸다에게 총기를 다루는 법을 가르치며, 마틸다는 그에게 웃음과 감정을 되찾게 해줍니다. 이 위험한 성장담은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이 관계가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윤리적 판단을 유보한 채, 인간 본성의 복잡함과 애틋함을 섬세하게 직조해 갑니다.

2. 순수와 폭력 사이에서 윤리적 경계의 탐색하는 레옹

 

‘레옹’이 단순한 액션영화나 느와르 영화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감정의 밀도에 있습니다.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부녀 관계’도, ‘연인 관계’도 아닙니다. 그 둘 사이에는 연민, 의존, 존경, 그리고 성장의 코드가 혼재되어 있으며, 이는 관객에게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유발합니다.

특히 마틸다는 레옹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레옹은 단호하게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끝까지 ‘책임지는 어른’으로서의 태도를 유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레옹은 점차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자각하게 됩니다.

반면, 마틸다는 어린 시절을 강제로 박탈당한 존재로, 사랑받지 못한 환경 속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할 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레옹은 단지 킬러가 아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에 대한 애착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 인생의 중심으로 자리잡습니다.

또한, 게리 올드만(Gary Oldman)이 연기한 스탠스필드는 인간성과 광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로, 악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마약을 흡입하고, 아이조차 주저 없이 죽이는 그의 모습은 영화 내에서 도덕성과 무도함 사이의 대비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레옹이라는 인물의 도덕적 상대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3. 완성도 높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

 

‘레옹’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뤽 베송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은 도심 속 킬러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마치 현실처럼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특히 카메라 워킹과 조명, 편집 타이밍은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탁월하게 사용됩니다.

초반부에는 좁은 복도, 닫힌 문,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가 레옹의 고립된 삶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빛과 공간의 확장을 통해 두 인물의 감정과 해방을 암시합니다. 액션 장면 또한 불필요한 폭력성을 자제하고, 긴장감과 속도감을 조화롭게 연출해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장 르노는 말수가 적고 무표정한 킬러 역을 맡아, 미세한 눈빛과 동작으로 레옹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그의 연기는 절제된 감정의 진수를 보여주며, 관객이 그의 감정 변화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그리고 당시 13세였던 나탈리 포트만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어린 나이에 복잡한 감정과 심리적 상처를 안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관객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4. 레옹 : 사랑, 상처, 구원…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레옹’은 끝내 행복한 결말을 맞지 않습니다. 레옹은 마지막 순간, 마틸다를 탈출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합니다. 그는 죽음을 택함으로써 마틸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그 자신도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삶을 살게 됩니다.

마틸다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아끼던 화분을 땅에 심으며 말합니다. "이제 이 아이는 뿌리를 내려야 해요." 이것은 단순한 나무가 아닌, 마틸다 자신의 삶을 상징하는 대사입니다. 다시는 떠돌지 않고, 어딘가에 정착해 ‘사람답게’ 살아가겠다는 그녀의 선언이자 다짐입니다.

‘레옹’은 단순히 범죄 영화나 느와르 영화로 평가되기엔 그 이상입니다. 인간의 상처, 관계의 회복, 정체성의 발견이라는 깊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이는 지금도 수많은 관객에게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어떤 만남은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진실을 이 영화는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레옹>은 삶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구원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 작품입니다. 킬러와 소녀의 이야기라고 해서 단순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떠올렸다면, 이 영화는 분명 당신의 기대를 완전히 뛰어넘을 것입니다.

관계는 나이도, 환경도, 상식도 넘을 수 있습니다. 그 관계가 진심이라면 말입니다. ‘레옹’은 그런 의미에서 사랑, 보호, 희생, 성장이라는 감정의 총합이자, 가장 인간적인 영화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이 말은 관객 모두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제 괜찮아, 마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