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거센 물살 속, 흔들리지 않는 무술가의 신념
영화 〈황비홍〉(Once Upon a Time in China)은 1991년 홍콩 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전설적인 무협 액션 영화입니다. 9살이라는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면서 무림의 무술 고수에 대한 동경이 싹텄던 그런 영화 입니다.
서극(徐克)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당대 최고의 액션 스타 이연걸이 주연을 맡아 ‘영웅’의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켰습니다. 영화는 실존 인물 황비홍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청나라 말기의 격동기를 배경 삼아 정의와 전통, 변화와 갈등을 입체적으로 풀어냅니다.
이 영화로 이연결은 국내에도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는 듯 당시 홍콩영화의 전성시대를 이어가던 배우입니다.
화려한 액션만을 담은 영화가 아니라, 역사의 물살에 흔들리는 민중의 삶과, 그 속에서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고민하는 한 무술가의 내면을 깊이 탐구한 작품입니다. 〈황비홍〉은 개봉 이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으며 홍콩 액션 영화의 위상을 한층 높였고, 이후 수많은 후속작과 아류작이 나왔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아우라를 지니고 있습니다.
1. 등장인물 – 황비홍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운명
이 영화의 중심에는 황비홍(이연걸)이 있습니다. 그는 광저우에서 ‘보지람(寶芝林)’이라는 무술관을 운영하며, 가난한 백성들을 돕고 정의를 수호하는 인물입니다. 황비홍은 뛰어난 무공뿐 아니라 의술에도 능해, 단순한 무인(武人)이 아닌 지혜롭고 자비로운 스승으로 그려집니다. 이연걸은 고요한 눈빛과 절제된 몸짓으로, 단호하면서도 인간적인 영웅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합니다.
13이모(관지림)는 서구 문물을 배우려는 진취적인 여성이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새로운 문화를 탐구합니다. 그녀는 황비홍과 애틋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관계를 이어갑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당시 전통적 가치관과 근대적 사고방식이 충돌하는 시대적 긴장을 상징합니다.
황비홍의 충직한 제자들, 특히 아수(장학우)와 영아(원표)는 스승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함께 싸움에 뛰어듭니다. 그들의 순수한 충성과 때로는 미숙한 용기는, 영화에 인간적 유머와 따뜻함을 더합니다.
이 외에도 서구 열강의 군대, 부패한 관리들, 흑사회의 우두머리 쌍목룡(연적) 등이 등장해 혼란의 시대와 권력의 탐욕을 보여줍니다. 이 다양한 인물들은 황비홍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2. 줄거리 – 황비홍 시대의 혼돈 속 정의를 지키려는 싸움
이야기는 청나라 말기 광저우에서 시작됩니다. 서구 열강이 중국을 잠식하며 문물을 퍼뜨리고, 부패한 관리들은 외세와 결탁해 권력을 유지하려 합니다. 민중은 가난과 차별에 고통받으며, 세상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합니다.
황비홍은 보지람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병자들을 치료하고, 약자를 돕습니다. 그러나 부패 관리와 흑사회 조직이 결탁해 이권을 챙기고, 서양인들은 중국 여성들을 납치해 노예로 판매하는 악행을 일삼습니다. 어느 날 황비홍은 거리에서 노예 무역 현장을 목격하고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납치된 여성들을 구출하기 위해 적들의 본거지에 잠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쌍목룡과 대립하게 됩니다. 쌍목룡은 무술 실력 또한 뛰어나, 황비홍의 강력한 적수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부두에서 목숨을 건 결전을 벌이며, 좁은 공간과 사다리를 이용한 전투 장면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액션 명장면으로 회자됩니다.
한편 13이모는 서양식 사고방식과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황비홍과의 가치관 차이를 실감합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두 사람을 더 깊이 연결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면서도 끝까지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결투에서 황비홍은 치명상을 입고도 악당을 쓰러뜨립니다. 백성들은 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보지람은 다시 문을 엽니다. 그러나 황비홍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더 큰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결의를 함께 느낍니다.
3. 시사점 – 전통과 변화, 진정한 강함의 의미
〈황비홍〉은 단순히 “누가 더 강한가”를 겨루는 무협 영화가 아닙니다. 작품은 전통과 변화의 경계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황비홍은 시대가 변하는 현실을 무조건 거부하지 않지만, 변화에 무턱대고 따르지도 않습니다. 그는 서구 문물이 주는 유익함도 인정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정의는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라고 믿습니다.
또한 영화는 “강함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합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쉽지만, 그것으로 약자를 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황비홍은 단 한 번도 힘을 오만하게 쓰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무공을 백성을 위해 사용하며, 진정한 무술의 도(道)를 몸소 실천합니다.
13이모와 황비홍의 관계 역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지만, 마음속의 진심은 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양성과 존중의 가치를 상징합니다.
4. 최후 감상평 – 황비홍이 남긴 울림과 영원한 전설
〈황비홍〉은 홍콩 액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입니다. 서극 감독은 무협 장르에 세련된 영화미학과 깊이 있는 드라마를 결합해, 전례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연걸은 이 영화로 단순한 액션 스타를 넘어, 철학과 인간미를 겸비한 영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의 눈빛과 손끝에는 무술을 넘어서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떤 신념이 삶을 지탱하는가?”라는 질문이 마음에 남습니다. 황비홍은 끝없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습니다. 그의 단호함과 따뜻함은 관객에게도 큰 용기와 위로를 줍니다.
이 작품은 화려한 액션과 아름다운 촬영, 탄탄한 이야기의 조화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감동을 전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이 영화는, 지금도 다시 보고 싶은 무협 영화의 고전입니다. 한 소년의 어린시절 마음속에 남아있던 영웅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황비홍〉은 영웅의 신화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진심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기억에 전설로 남을 작품입니다.